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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가을 나들이, 우린 동작대교 편의점으로 간다˝

2018.10.31

 

 

 

 

 

이마트24 동작 노을카페 전경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딸이 신생아였을 때 제일 괴로웠던 건 말동무가 없는 거였다. 아이와 팀이 돼 종일 껴안고 있었지만 "맘마" "응가" "코~" "쉬~" 정도가 전부였다. 3살이 된 아이는 혀 짧은 소리로 말을 시작했지만 대화는 어려웠다. 유아틱한 단어들을 조합해 함께 혀 짧은 소리로 최대한 많은 언어를 습득하도록 돕는 게 나의 역할이었다. 이제 5살. 어느 날 "엄마,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요"라고 하는 우리 집 꼬마를 보며 드디어 말이 통하는 때가 왔다는 걸 직감했다. 감수성 공유 능력까지 장착한 딸과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요즘엔 동물원, 키즈 카페, 어린이 뮤지컬 수준을 뛰어넘으려 노력 중이다. 동네 뒷산을 오르며 나무랑 꽃 이름을 알아보고, 천문대에 가서 별자리를 공부하고, 차 안에서 오케스트라 음악을 듣고, 석양이 아름다운 곳에 데려가 해 지는 것을 함께 바라보고. 세상엔 이렇게 많은 볼 것과, 들을 것과, 느낄 것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그걸 실행하기엔 요즘 같은 날씨가 딱이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한강 동작대교다.

한 달 전 이마트가 이곳에 이마트24 노을ㆍ구름 카페를 열어 궁금하던 차였다. 그래 봤자 편의점이겠지 하는 의심 반, 한강 다리 위라니 뭐라도 다르겠지 하는 기대 반이었다. 노을 카페 바로 앞 공영주자창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통유리창에 가을 하늘을 바탕으로 여의도와 한강, 마포대교가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졌다. "대박." 짧은 감탄사가 저절로 터졌다. 

 

 

▲ 노을카페 별마루 한강 라운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녀. 먹으면서 책도 볼 수 있는 공간이라 아이가 한껏 여유로워진다.

3층이 카페 겸 편의점인데 이곳도 다른 편의점과 사뭇 달랐다. 생맥주를 비롯해 수입 맥주 종류가 없는 게 없었다. 일본식 계란말이, 뼈 없는 불닭발, 체더치즈, 다이제스트 미니까지. 술이 눈에 들어오니 나머지 먹을 것들도 죄다 안주로 보였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생맥주를 한잔 시키려 했으나 "차 안 가지고 올 때 같이 먹자"는 남편의 볼멘 목소리가 뒤통수에 꽂혔다. 맥주는 포기한 채, 카페 코너에서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 스타벅스에서도 못 들었던 질문이 돌아와 깜짝 놀랐다. "원두가 예가체프와 케냐AA 두 종류 있는데 어떤 걸로 드릴까요?" 커피는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준다.

 

4층은 출판사 문학동네와 함께 꾸민 책방이다. 소시지, 보리차, 과자를 바리바리 사 들고 올라온 딸아이는 벌써 자기가 볼 동화책을 골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이에게 책을 소리 내서 읽어줄 수 있는 도서관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뭘 먹으면서까지 책을 볼 수 있는 곳은 드물겠다 싶었다. 입에 무언가가 들어가니 집중하는 딸의 표정도 훨씬 여유로워 보였다. 파는 책도 있다. 주로 소설류인데 다른 작가들이 포스트잇에 손글씨로 써놓은 추천 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나도 "섬에 있는 서점"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노을카페 아래 공터. 100m달리기를 해도 될 만큼 광활해 아이들이 뛰어놀기 안성맞춤이다.

이곳의 예상치 못한 하이라이트는 다리 밑 공터.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 데리고 가다가 발견했다. 카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작대교 다리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 100m 달리기를 해도 될 만큼 광활하다. 딸은 물 만난 고기처럼 킥보드를 타고 한 시간을 넘게 내달렸다. "많~이 컸다." 남편과 나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이렇게 말했다. 한강 고수부지를 따라 온 자전거족들이 속속 이마트24로 올라가는 모습도 보였다. 다리 밑에선 한강 하류 측 노을 카페와 상류 측 구름 카페 간 이동도 자유롭다.

해질녘 다시 노을 카페로 올라가 커피를 사 들고 5층 루프탑으로 향했다. 이곳 소문을 듣고 찾아온 가족 단위 고객들로 북적였다. 올림픽대로 위엔 헤드라이트를 켠 차들이 꼬리를 물고, 저 멀리서 유람선이 다가왔다. 여의도 마천루들은 실루엣만 남았다. 그런 배경들 사이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붉게 물들어갔다. "딸, 하늘이 어떤 거 같아?" "음…. 완전 예뻐요." 가을 저녁, 한강에서 아이와 노을을 바라보는 아빠, 엄마에겐 완벽한 대답이었다.

▲ 노을카페 루프탑에서 바라본 해질녘 풍경. 2000원 짜리 커피 한잔으로 200만불짜리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 언론사 : 아시아경제
■ 기사명 : "아이와 가을 나들이, 우린 동작대교 편의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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